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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온도]그저 좋아하는대로 맡길 뿐 서재방

글의 제목은 202쪽 엮음글의 제목을 따옴

 최근에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마음이 피폐해졌다. 그래서 좋은 글로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에 이덕무의 문장을 엮은 [문장의 온도]를 읽었다. [문장의 온도]는 소진되었던 내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것 뿐만 아니라, 글을 쓰고 접할 때의 마음가짐과 삶에 대한 태도도 알려주었다. 

 [문장의 온도] 속 이덕무의 글들은 무위(無爲)의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글을 쓸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사람을 접할 때도, 자연을 접할 때도 나(我)의 의도를 최소화한다. 그저 하고 싶을 때 그 일을 할 뿐이다. 
 이덕무의 글을 보면서 내 생활을 되돌아보았다. 졸렬한 글을 쓰기 위해서 거듭 무언가를 더하고 고심하였던 나의 글 쓰기를 되돌아보고, 나를 정당화하기 위해 오만과 불통으로 겹겹이 쌓았던 내 마음을 되돌아보았다. 글도 마음도 그저 내가 가고싶은 대로 가면 그것이 길일 뿐이다. 애써 옆의 길을 터서 내 길로 만들 필요는 없다. 이 단순하면서도 빛나는 진리를 사는 동안 또 잊고 있었다. 

 그렇지만 무위의 마음을 지니는 것은 너무 어렵다. 글을 쓰고자 하면 머릿속의 여러 수식어들이 눈 앞에 어른거리고, 사람과 대화를 하고자 하면 나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그래서 무위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도록 이덕무의 문장을 주위에 써놓고 항상 즐겨보고자 한다. 

 그저 원하고 좋아하니까 한다. 이 단순한 진리가 내 마음속에 항상 살아있으면 좋겠다. 

※ 소품문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다른 사람의 소품문을 찾아서 읽고 싶다. 더불어 나의 일상도 가끔이나마 소품문으로 남겨야겠다.  
※ 엮은 글과 함께 담은 엮은이의 해설이 풍부하고 아름답다. 이덕무의 글에 대한 엮은이의 생각을 담고 관련된 동서양의 고문을 함께 실어서 읽는 사람의 사고를 확장시켜준다. 

망상이 있어야 사람의 정신과 마음은 비로소 사상의 한계와 세상의 경계를 넘어서 무한과 무궁의 영역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 P.166 (엮은이 해설)

혼자 지내는 시간을 늘려 보라. 내 안에 있는 좋은 벗, 곧 또 다른 내가 보일 것이다. 혼자 노는 즐거움이 바로 그곳에 있다. P. 242 (엮은이 해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못하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만 할 뿐 자기보다 나은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볼품없고 협소하며 아무런 기술도 갖추지 못하는 지경에 자신을 가두는 신세가 되고 만다. P.250 (박제가의 『북학의』)

그러므로 일찌감치 '지'에 도달할 수 없고 '무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운명임을 깨닫고 받아들여야한다. P.264 (엮은이 해설)

일이 내 뜻대로 되어도 단지 그렇게 보낼 뿐이다.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도 역시 그렇게 보낼 뿐이다. 그러나 언짢게 보내는 일과 기분좋게 보내는 일이 있다.
事到如意 只一遣字 事到不如意 亦一遣字 然有逆遣順遣 P.290

책을 읽는 사람은 정신을 즐겁게 하는 것이 최상이다. 그다음은 습득해 활용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넓고 깊게 아는 것이다. 
讀書者 怡神爲上 其次受用 其次淹博 P.320

다른 사람의 잘못과 실수를 언급하는 것은 마치 입안에 피를 머금었다가 다른 사람에게 뿜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먼저 자신의 입을 더럽히는 법이다.
論人過失 如含血噴人 先汚其口 P.351

따라서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을 때 쓴 글이 가장 좋다. P.359 (엮은이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