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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인간의 감정과 의지의 위대함 서재방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분명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이와 같은 기괴한 제목이 연구서의 제목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이 책은 정신질환 환자들의 발명, 치료, 결과 등을 '상실-과잉-이행-단순함'의 4가지 분류로 나누어서 다루고 있다. 제목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사례 중의 하나로, 본문의 내용들은 주로 사례 연구의 방법으로 쓰였다. 상실은 기억상실과 같은 정신적 결핍상태를, 과잉은 투렛증후군과 같은 정신적 과다,과잉 상태를 다루었으며, 이행은 환각과 같은 비정상적인 이미지의 투영을, 마지막으로 단순함은 사고능력이 떨어지는 자폐증과 같은 사례를 다루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더불어서 나에게 정신질환 및 삶에 대해 큰 영향을 주었는데, 아래의 3가지 부분에서 많은 생각거리를 주었다. 

 첫번째로 정신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같은 신경학적 방법 이외에도 의사와의 면담치료, 환자의 의지 등 신경학 외의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문의 '몸이 없는 크리스티너', '수평으로', '익살꾼 틱레이' 등의 사례는 정신질환이 단순히 신경학적 요인으로 발생하지 않으며,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환경적 요소와 정신적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함을 보여준다. 

 두번째는 첫번째 논의의 연장선으로, 정신질환의 호전 이외의 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나는 정신 질환은 반드시 치료해야하는 질환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익살꾼 틱레이'의 경우 어느 정도의 투렛 증후군이 오히려 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C부인의 사례'를 보면 환각은 그녀에게 정서적 향수를 일으켜 오히려 내면적 평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위의 두 사례는 치료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이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끼친 사례이다. 그러나 이미 치료가 불가능한 사례도 있었는데, 그러한 사례의 환자들은 정신 질환과 공존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그들은 상실된 감각 대신 다른 감각을 발달시키는 등, 증상의 특수한 상태를 이용하여 삶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도 했다. 
 내가 겪고 있는 '만성적 우울증'의 경우도 반드시 치료해야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만성적 우울증은 치료가 불가능할정도로 고질적이기도 하다.) 더 나의 삶에 유용하고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좋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마지막 생각거리는 정신 질환 환자들의 놀라운 의지력과 뛰어난 의사력이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사례를 찾기 힘든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환자들은 자신의 감정과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있었다. 고유감각을 잃어 몸을 의사대로 움직이기 힘들었던 크리스티너의 경우 포기하지 않고 시각으로 고유감각을 대체하여 살았으며, 파킨슨 병의 영향으로 수평을 유지할 수 없던 맥그레거는 직업적 사고력을 발휘하여 안경에 수평대를 장치하기도 했다. 또한 자폐증 환자인 리베카의 사례는 자폐증 환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그들에게도 결핍된 감각을 대신하는 뛰어난 다른 감각이 있음을 보여준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독자들에게 신경학의 이름으로 가려졌던 정신질환자들의 의지와 영혼의 위대함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준다. 

 위와 같은 3가지의 생각거리들을 직접 이끌어낸 것은 환자 본인들의 영혼이었지만, 작가이자 담당의사인 '올리버 색스'박사가 없었다면 이런 사례들이 세상에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환자 개개인을 세심하게 살펴보며 환자들의 정서적, 환경적 요인까지도 모두 고려하여 치료하였다. 특히 '매들린의 손'의 경우 손의 종합 인식 체계를 깨워주고자 한 박사의 끈질긴 노력이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박사의 따뜻한 의지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환자들을 넘어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유의했던 것이 용어의 확립이었는데, 특히 '신경학'(신경계의 기능적, 또는 기질적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주로 하는 의학의 전문분야)과 '정신의학'을 확립하는 것이 어려웠다. 책을 읽고 사전을 찾아본 결과 비전공자인 나로서는 정신의학에 신경학이 포함되어있으며 약물요법 등의 방법은 신경학에 포함된다고 결론지었다. (다른 사항을 알게 되면 수정할 예정)

※ 이 책의 제목과 사례 위주의 서술 때문에 연구서로 말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은 엄연히 연구서다. 비전공자가 읽으면서 어려울만한 신경학 이론을 적용한 치료시도-결과가 포함되어있다. 

마틴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교회로 돌아가 노래를 부른 다음부터 그는 자신감을 되찾고 우뚝 일어나 다시 한 번 진실한 존재가 되었다. 반토막에 불과한 인간, 의사 인간이 아니었다. 더러운 코흘리개의 모습은 사라졌다. 그는 이제 감정도 없이 비인간적이고 직관에 의존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인격을 갖춘 인간이었다. (P.38)

신체장애인이 아무리 늦게 어떤 능력의 습득에 나선다 해도 그들에게 놀라운 가능성이 펼쳐진다는 것을 그녀의 사례가 웅변적으로 입증했다. (P. 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