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어른의 맛]음식과 인생을 씨줄과 날줄로 엮은 이야기 서재방


 한밤중에 히라마쓰 요코의 책을 읽으면 배가 고파진다. 오도독오도독, 오물오물, 부드러우면서 아삭한 맛이 눈에서 뇌로 전달되면서 배가 맹렬하게 고파진다. 이렇게 배가 고파지는 건 단순히 책 안의 의성어와 의태어의 반복 때문은 아니다. 히라마쓰 요코의 표현력 때문이다. 육수를 머금은 토란대의 맛을 표현하는 문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베어 무는 순간 이 사이로 잘 익은 부드러움이 느껴지고, 그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싶을 때 바로 아삭하기도 한데, 그 식감이 너무 좋다."
 
 토란대가 어떤 맛이냐고 물어보는 사람한테 대답을 못했던 딱 내가 느낀 그 맛이었다. 음식과 관련된 글을 쓰는 사람 답게 맛에 대한 표현 하나하나가 정확하고 감칠맛난다. 그래서 그런지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고노와타와 매실빙수의 맛이 머릿속에 정확하게 그려지며 정말 내가 생각하는 그 맛이 맞을까 궁금해진다. 

 히라마쓰 요코의 음식 에세이는 이 책으로 두번째인데, 그녀의 책이 좋은 이유는 단지 맛에 대한 표현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의 책에는 맛과 함께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음식을 입에 넣어 맛을 느낄 때 거기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재료 자체에 대한 이야기, 재료를 구한 사람의 이야기, 음식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 그걸 먹는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함께 먹는 사람의 이야기까지. 한 점의 음식을 먹는 순간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하는데, 히라마쓰 요코의 에세이는 이야기와 맛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때로는 푸근하고 때로는 먹먹하며 때로는 오싹하게 만든다. 

 음식을 먹는 순간 추억도 함께 몸속에 들어가 '나'를 이룬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지론이 좋다. 책을 읽으면서 소풍때마다 새벽에 일어나 하나씩 집어먹었던 김밥의 튼튼한 맛, 후배와 함께 처음 맛봤던 백화점 마카롱의 바삭하고 녹아내리는 맛이 문득 떠오른다. 히라마쓰 요코의 음식 에세이를 좀 더 읽어보고 싶다.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 잊고 있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던 것. 기억의 바깥쪽에 무심코 내던져져 있던 것. 사실은 그것들 또한 한 사람 한 사람을 지탱해 주고 있다. P.327

나날이 반복되는 맛은 고집이 세서 끝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P.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