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교수대 위의 까치]지적 및 탐구욕구를 채운 시간 서재방


 미술 작품을 심리치료의 방법으로 먼저 접해서, 항상 작품을 볼 때 먼저 가슴으로 전체적 분위기를 느껴보는 편이다. 진중권 교수의 말을 따르자면 작품을 통해 정서적(emotional)감동을 받는 축에 속할 것이다. 그래서 다나에(클림트 作)의 황금빛 소나기에서 생명력을 느끼고, 꽃 피는 아몬드 나무(고흐 作)에서 수줍은 감동을 느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작품을 보는 방법은 정서적인 감동을 얻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교수대 위의 가치]는 그런 나의 좁은 시각을 넓게 바꿔준 책이다. 

  작가 본인이 '독창적인 그림 읽기'라고 부제를 단 것 처럼 [교수대 위의 까치]는 새로운 방법, 즉 지적(intellectual)자극을 얻는 방법으로 작품을 본다. 진중권 교수에게 큰 지적 영감을 주었던 12개의 작품을 선정한 후 그림의 세밀한 곳까지 탐구하여 그림의 의미, 유래, 기법을 알아보고 더 나아가 독자들의 지적 상상력도 충족시킨다. 더불어 작품을 탐구하는동안 진중권 교수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미학, 도상학 지식을 알게 되는 것은 보너스이다. 

 물론 도상학의 경우 비판의 소지가 많은 학문이다. 자칫하면 해석의 남용으로 인하여 예술의 순수성을 과소평가하고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도상학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지적(intellectual)자극을 위한 감상에 정서적(emotional)감동을 위한 감상을 결합한다면 이런 우려를 종식시키고 더 작품을 풍부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선정한 12개의 그림은 비전공자들에겐 생소하지만, '독창적으로 그림을 읽을 수 있을정도로' 지적 탐구욕을 불러일으키는 그림들이다. 내용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직접 책을 읽으며 그림의 단서를 찾고 여러 이론을 함께 읽으면서 탐구욕과 지적 욕구를 풍부하게 충족시키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특히 [해석의 바벨탑] 부분은 이 책의 주제와도 같아서, 수록된 그림 폭풍우(조르조네 作)를 감상하며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충족시키는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또 다른 길이 열린 듯한 느낌이다. 더 많은 미술 작품들을 탐구하고 상상하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인문-사회-과학 등의 여러가지 즐거운 지식들도 알아가야하며, 더 중요한 것은 작품을 통한 정서적(emotional)시각을 함께 병행해야할 것이다. 역시 그림을 보는 것은 즐겁고 또 즐겁다. 

* 고야의 '검은 회화'의 위작 여부와 관련된 진중권 교수의 시각이 좋았다. 5살 아이가 그린 그림이라도 내게 두 가지의(정서적, 지적)자극을 준다면 그 그림은 내게는 미술작품이 될 것이다.

* 이는 '스투디움'위주의 해석에서 '푼크툼'의 계기를 결합시킬 필요성을 지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작품과 관객의 관계가 고독하고 개별적이어야 한다. (P.22)

<개> 프란시스코 고야, 1820~1823년, 프라도 미술관

* 작가가 누구이든, 상태가 완성이든 미완성이든, 이 작품은 개의 머리 하나만 남기고 공간을 온통 텅 비워놓은 바로 그 상태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다. (P.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