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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으로 본 세계사]법과 친해지는 시간 서재방


법령을 집행하는 행위를 하면서도 법을 항상 어렵게 느껴왔기에 조금이라도 법과 가까워질 수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골랐던 책인데, 내 예상보다 훨씬 즐겁게 읽었다. 

[재판으로 본 세계사]를 읽으면서 좀 더 법과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 쉽게 읽혔던 이유는 이 책이 단순히 법학적인 관점에서만 쓰인 것이 아니라 역사학적인 배경과 의의를 함께 설명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의 중심이 되는 재판은 법학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재판을 선정하였지만, 재판마다 사건의 개요-재판과정-판결-중심논거와 반대 논거-역사적 의의를 설명함으로써 내용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글쓴이의 사학적 깊이였다. 서양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 깊었지만 사료를 바탕으로 역사적 의의를 추론하는 과정도 놀라웠다. 뿐만 아니라 '마르탱게르의 귀향'에서는 미시학자 나탈리 제먼 데이비스의 의견을 수록하여 미시사학적인 관점에서도 재판을 고찰하였다. 이런 글쓴이의 역사학에 대한 관심과 서술이 오히려 독자들이 딱딱한 재판을 더 쉽고 가깝게 느낄 수 있게한 저력이 아니었나 싶다. 

글쓴이의 말대로 이 책을 읽으면서 반드시 법과 친해지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유명한 사건들의 앞 뒤 이야기를 술술 읽으면서 함께 소개된 판결과 법리를 읽어보자. 그리고 글쓴이가 사건의 앞부분마다 제시했던 물음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렇게 한다면 아마 법과 악수하는 시간정도는 될 수 있을 것이다. 

- '양심의 자유'는 이성적으로 성찰살 수 있는 지식인에게만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는 인권이다. 다만, 일시적 감정이거나 욕망을 감추는 껍데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P. 91, 토머스 모어 재판 中

- 우리는 공교육에서 '분리하되 평등하게'라는 정책은 설 자리가 없다고 결론짓는다. 분리된 교육시설은 근본적으로 동등할 수 없다. P.328, 브라운 재판 中


덧글

  • 진보만세 2019/02/21 02:42 #

    한국상황에 대입한다면, 인용하신 문단의 '양심의 자유'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분리 = 평등불가'는 자사고 존폐와 평준화 문제와 연결하여 고찰해 볼 수 있겠네요..

    좋은 글월 늘 감사드리며 꼭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 아스떼 2019/02/21 16:59 #

    챕터마다 현재 이슈되는 사건과 연계하여 글쓴이가 의견을 피력한 부분도 있어서, 충분히 즐겁게 읽으시리라 생각합니다. ^^
  • 解明 2019/02/21 13:37 #

    서평을 읽으니까 흥미로워 보이는 책이네요.
  • 아스떼 2019/02/21 16:59 #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즐겁게 읽었습니다. ^^
  • 유우 2019/02/21 18:28 #

    평을보니 한번 읽고 싶어지네요!!
    역사 관련 책은 재미있게 읽는 데, 법에 관련된 지식이 없어도 읽으면 재미있을까요?
  • 아스떼 2019/02/27 14:03 #

    답글이 많이 늦었습니다...

    저도 법 관련 지식이 없는 편인데, 재밌게 읽었습니다~ 오히려 세계사와 관련된 부분이 많아서 역사책을 좋아하신다면 즐겁게 읽으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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