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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브런치]편독을 고쳐주다 서재방

 
 책의 여러 장르 중에 유독 문학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한번 보면 흠뻑 빠져들걸 알면서도 방대한 분량, 작가만의 색이 가득한 문체 등 여러 이유로 문학책 첫 페이지를 여는 것이 항상 힘들었다. 그래서 문학보다는 주로 담백한 문체의 비문학 책을 읽어왔다. 
 편독 경향을 고쳐보고자 여러 세계 문학에 관한 소개글을 많이 읽어왔는데, [세계문학 브런치]는 그 중에서도 편독 경향을 고쳤을 뿐만 아니라 당장이라도 소개된 문학 책을 읽어보고자 하는 욕구가 들게 하는 책이다. 

 글쓴이인 정시몬씨는 브런치 시리즈[세계문학-세계사-철학-클래식]를 모두 썼는데, 그 중 한권인 세계 문학 브런치만 읽어도 글쓴이의 해박한 지식과 유려한 말솜씨에 감탄하게 된다. 장(章)마다 메인 작품과 그와 어울리는 작품들의 내용을 함께 수록하고 작품들을 서로 엮고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이 얼마나 매끄러운지 철학과 세계사와 언어학이 동시에 나오더라도 난해하지 않고 오히려 작품에 대한 흥미를 돋운다. 그야말로 본인이 소개한 메인 브런치와 토핑이란 말이 딱 알맞다. 

 하나 독특한 점이 있다면 소개하는 작품마다 번역본과 원어본을 같이 수록하였다는 점이다. 글쓴이의 안내대로 번역본과 원어본을 같이 읽어보면 고문, 그리고 작가의 독특한 맛이 느껴진다. 또한 글쓴이의 소개글 뒤에 바로 해당되는 원문이 있다보니 글쓴이가 자랑하고 싶었던 부분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의 경우 두껍고, 재미없는 책일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수록된 원문은 거친말이 오가고 치열함이 느껴지는 흥미진진한 전쟁 이야기였다. 그리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는 그 시대에나 지금이나 통용될 수 있는 찌릿하고 강렬한 문장들이 있었다. ("Men marry because they are tired; women, because they are curious; both are disappointed.")

 편독 경향을 고치면서 이번에 배웠던 독서 습관은 문학을 음미하는 글쓴이의 자세이다. 난해하고 때로는 어렵다고 말하는 '데미안'을 소개한 글에서 문학의 모든 부분을 그렇게 음미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고 반성했다. 나 역시 '오만과 편견'을 읽으면서 다아시의 얼굴 표정과 말투를 상상하며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책을 읽어감에 따라 어느 순간 나 스스로 문학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굴레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여러가지를 느낀 즐거운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나의 편독 경향을 고쳐준 글쓴이에 감사하다. 그리고 언제나 마지막에 느끼는 마음은 독서는 정말 재밌다는 것이다. 다음은 어떤 문학을 읽어볼까.

- 하지만 그 어떤 이득을 따지기에 앞서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어야 한다. (P.6)

- 이렇게 전쟁터의 참상과 공포, 청상의 신과 지상의 인간을 아우르는 다양한 캐릭터,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흥미진진한 대화 등이 풍성한 '일리아스'는 그저 "칭찬만 하고 정작 읽어 보지 않는"고전의 범주에 남겨 두기에는 정말 아까운 책이다. (P.37)

- 산티아고의 외침은 작가 헤밍웨이의 사상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문장이기도 하다. ....비단 '노인과 바다'뿐 아니라 헤밍웨이의 작품들은 강인한 성격의 남성이 역경을 헤쳐 나가다가 장엄하게 무너지는 과정을 그린다. P.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