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과학이라는 헛소리]문송합니다 서재방

 

 작년 어머니 생신 선물로 그렇게도 원하시던 게르마늄 팔찌를 선물로 드렸다. 원적외선이 어떻고 순도 99.9%가 어떻고 하는 말들이 너무 그럴듯하게 들려서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비싼 팔찌를 선물로 드렸다. 그야말로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순간이다. 게르마늄 팔찌의 과학적 사실은 그 뒤에 어느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굳이 어머니께 과학적 사실을 전달하지는 않았다.  

 내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스마트폰 등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모르면 속기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아니 오히려 그럴듯하게 들리는 정보가 넘쳐나서 속기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은 많은 장점과 편리함이 있지만, 넘쳐나는 정보들 속에서 정보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고, 비판적 의식을 결여시킨다는 큰 단점이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기초적인 상식을 학습하고 정보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유사과학(과학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주장 및 의견)을 비판하는 이 책은 유사과학의 진실을 밝히면서, 독자들에게 비판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갖출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유사과학을 통해 한 몫 잡아보려는 사이비 과학자들에게 경고를 날린다. 유사과학이 위험한 이유는 그냥 단순한 잘못된 사실의 전달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부당이득, 정신-신체적 피해 등의 부가적인 피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단순히 별자리 성격설과 혈액형 성격설을 믿는 소년소녀 감성에서 끝나면 얼마나 좋겠는가. 문제는 이런 감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과학으로 둔갑시키며 부당이득을 얻는 악덕업자들부터 심하면 병원치료를 거부하는 부모 때문에 목숨의 위기까지 오는 어린 아이들의 문제까지 가게 된다. 

 과학적 사고를 촉구하는 작가의 목소리와는 별개로 이 책은 나와같은 비전공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여졌으므로 문송(?)한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과학적 이론에 대한 설명이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에는 두루뭉술하게 쓰여진 듯 하며, 주제적인 면에서도 후반부에는 과학적 판단 보다 글쓴이의 인문학적 또는 사회과학적 가치 판단이 들어간 듯해서 아쉽다. 예를 들어 혈액형 성격설에서는 바넘효과나 확증편향에 대한 글보다 실제 혈액형이 어떤 성분과 원리로 달라지는 가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었다면 비전공자들에게 더 좋은 설명이 되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이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서라도 이 책에서 글쓴이가 주장하는 과학적 사고는 오늘날 우리 모두가 갖춰야하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이에 대한 경고의 메세지를 캐치한 것만으로도 글쓴이가 이 책을 통한 의도를 100% 달성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한편으론 문송하지 않도록 기초과학에 대한 교양서적을 읽고, 어떤 정보에 대해서도 찾아보고 검증하는 자세를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이와 더불어 좀 더 쉽게 만화로 쓰여진 계란계란 작가의 '유사과학 탐구영역'을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 합리적 의심이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는 건 그런 의심 없이 무심코 퍼트린 이야기가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P.26)

- 그 문서에 따르면 이 물질(일산화이수소)는 다음과 같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1. 부식성이 강해서 대부분의 금속을 비록한 많은 물질을 부식시킨다. --(중략)--4. 기관지에 흡수되면 강한 기침과 인후통을 유발하고, 다량 흡수되면 폐에 손상을 입고 사망할 수 있다. 5. 일산화이수소는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등과 반응하며 산성비의 원인이 된다. (P.287)

<이해를 위한 개인적인 메모>

* 콜라겐

콜라겐의 종류 중 피부, 힘줄, 혈관을 이루는 콜라겐1이 우리 몸의 90%를 차지한다. 콜라겐은 단백질 성분이며 특히 덩치가 큰 단백질이다. 때문에 콜라겐을 피부에 직접 바른다 한들 세포막을 통과할 수 없어서 피부를 통해 흡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물론 상처 부위에 바르거나 피하 주사 등의 방법은 있다.) 또한 콜라겐을 먹는다 하더라도 우리 몸속에서 대부분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 그 중 일부는 콜라겐으로 합성될 수도 있지만 이는 미미한 양이며, 차라리 단백질 음식(계란 등)을 먹는 것이 더 좋다. (더욱이 콜라겐은 소화가 잘 안되는 편이라 90%정도가 똥으로 나온다.)

* 게르마늄 팔찌

게르마늄 팔찌가 가지고 있다는 진성 반도체의 특징 중 정류 기능은 교류 전류를 직류 전류로 바꾸어주는 기능인데, 우리 몸은 애초에 교류 전류가 흐르지 않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다. 또한 게르마늄 팔찌가 내뿜는다는 원적외선은 파장이 길고, 진동수가 낮아 거의 효과를 볼 수 없으며, 진동수가 낮아 피부 침투력도 낮다. 

* 천연 비타민
애초에 비타민은 화학적 공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천연 비타민이라는 말은 비타민약에 사용하기에 부적절하며, 천연 유래 및 원료 비타민이라는 말을 사용해야한다. 더구나 천연 원료는 1% 남짓의 매우 극소량만 들어있기 때문에 천연비타민이라고 주장하는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은 큰 차이가 없다. (물론 흡수율 차이는 있으며, 이는 비타민마다 다르고, 비타민 B12나 엽산의 경우는 오히려 합성 제품이 천연 제품보다 흡수율이 높다.)


덧글

  • 루루카 2019/04/22 20:02 #

    찬물 미신도 유명하죠~ 고기 먹을 때 찬물 마시면 위암 걸린다에 이어, 찬물 마시면 폐암 걸린다까지 진화했던데... 도대체 그런 근거없는 뇌내 망상을 설파하는 것들 이해를 못하겠어요.
  • 아스떼 2019/04/25 13:08 #

    당장 주위에서도 그런 말을 너무 쉽게 믿더라구요. 왜 그런지 한번쯤 생각해보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 解明 2019/04/24 11:40 #

    사이비 역사학자나 유사 과학자처럼 사기를 치는 이들이 너무 많아서 큰일입니다.
  • 아스떼 2019/04/25 13:09 #

    요새처럼 정보가 넘쳐나도 속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듯해서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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