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인간실격, 직소]묵직한 단편 서재방


언젠가부터 봐야지 생각했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드디어 보았다. 민음사 [인간 실격]은 "인간 실격", "직소" 2가지의 단편이 실려있으며 얇은 두께의 책이었다. 처음에는 마치 O헨리 단편선을 읽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다 읽고나니 그 묵직함에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인간 실격]은 오오바 요조라는 인물의 파멸을 그리고 있는데, 환경적 요인이 아니라 개인의 성격으로 인한 내부적 파멸이라는 점이 충격적이면서도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다자이 자신을 투영한 자전적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특히 전후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요조를 보면서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오늘날에도 [인간 실격]이 이렇게 사랑받는 것은 요조를 통해서 심약하고 예민하며 순수한 나 자신을 보는 듯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왜 [인간 실격]의 첫 문장이 그토록 유명한 지 다 읽고 나서 비로소 납득이 가며, 나 역시 그 문구를 몇 번이고 읊조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직소]는 다자이가 생각했던 유다에 대한 해석이 담겨있는 소설이다. 역시 몇 장 안되는 단편소설이지만 내용의 무거움은 장편소설 못지 않다. 예수의 대한 사랑으로 인해 파멸로 향해가는 유다의 모습이 1인칭 시점으로 너무나 생생하게 그러져서, 읽으면서 유다에 감정이입하여 나까지 안타까운 마음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다자이가 세상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예수에 대한 유다의 마음에 투영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묵직한 두 편의 소설이 계속해서 마음속에서 머물고 있다. 요조와 유다에서 다자이가 보이고, 또 내가 보이는 것 같다. 다자이는 세상을 사랑했던 건가, 아니면 증오했던 건가 새삼스럽게 궁금해진다.

-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P.13

-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하느님같이 착한 아이였어요." P.138

※ 표지가 에곤 실레의 그림이다보니, 에곤 실레에게서도 요조가 느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