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책에 바침]책의 추억과 암울한 미래 서재방


아직 전자책으로 전환하지 않은 애서가라면 이 책의 글쓴이와 같은 고민을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나 역시 책을 위한 공간 부족 때문에 전자책으로 넘어가야하지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책에 바침]은 이와 같이 종이책이 전자책으로 전환되는 현대에 대한 걱정과 애서가로서 '종이책'이라는 물건(텍스트가 아닌)에 대한 글쓴이의 사색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글의 동기가 종이책이 전자책으로 전환되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이다보니 책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어있고 우울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종이책에 대한 어떤 정보를 주로 담기보다는 글쓴이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 주로 담겨 있어 때로는 그 생각에 동질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서가가 이 책을 읽으면 좋다고 느낀 것은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책방, 주석을 붙인 책, 비싼책과 싼 책 등의 주제들을 읽으면서 독자 역시 이런 주제들에 대해서 경험했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본인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주제들에 대해 때로는 동감하고 때로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중 '사전'과 관련해서는 글쓴이의 생각에 동감할 수 밖에 없었다. 모으는 책들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장르가 도감, 사전류인데 모으는 것만으로도 뭔가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복잡하고 다양한 세상을 정리해서 습득할 수 있다는 위로 때문이 아닐까라는 내용을 보고 나 역시 이런 이유로 사전류를 좋아하는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뒷부분의 책 콜렉터가 되는 4가지 이유도 흥미로웠는데, 하나같이 내가 왜 책을 모으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책을 모으기 위해서는 뭘 생각해야하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글쓴이와 조금 논점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책은 여러번 손이 가는 책들만 모아야할것. 그 외에는 모아도 책의 본연의 구실을 할 수 없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애서가라면 한번쯤 읽으면서 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책이다. 그리고 전자책과 같은 우려와 더불어서 움베르토 에코, 장 클로드 카리에르의 책에 관한 대담 [책의 우주]와 함께 읽어도 좋을 것이다. 다음번 책으로는 이 책과 같이 애서가를 위한 책이지만, 주로 사색보다 정보가 담겨있는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BIBLIOPHILE]를 읽어보려 한다. 전자책에 관해서는 꼭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문제지만, 현재 읽고 있는 종이책들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의 삶도 책장처럼 책을 위한 자리가 한정되어 있다. 대략 계산해보면 5,000권 정도가 상한선이다. 물론 책을 아주 많이 읽는 사람만이 이 상한선에 도달할 수 있다. (중략)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맞은'책을 고르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다. P.61